1973년 6월 18일, 서울운동장
한마디로 장관 이었다.
당시 124연승을 하고 있었던 KG의 불록, 택클, 자로 잰듯한 공격라인의 다운자세와 포메이션, 그리고 패스 타임, 러시 스피드, 카운터 페익 등은 한마디로 놀라움 그자체였다.
더우기 키도 170 cm 도 안되고 손도 우리보다 한마디가 작은 QB가 라인뒤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점프를 하면서 라인위로 던지는 패스는 신기에 가까웠다.

경기 후 고려대와 관서학원대의 단체 사진 6월 18일

18일 첫날 고려대학교와 먼저 경기를 한 관서학원대는 전반 5개의 터치다운과 후반 6개의 터치다운으로 모두 11개의 터치다운을 터뜨리면서 쿼터백 김상엽이 리시버 이수영에게 적중한 터치다운패스와 RB 유성수의 중앙돌파 그리고 김상엽이 측면 돌파로 65야드를 독주하며 얻는 3개의 터치다운만을 만회한 고려대에 76:20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고대와 관서학원대의 기사 동아일보 6월 19일 

그 다음날 성균관대와 경기는 너무나도 일방적이 었다.
마침 TBS에서 TV 중계도 있었고 성대 응원단도 관중석을 채웠지만 스코어는 76:0으로 무너졌다.
지금 생각하면 이 스코어도 가능한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서울 운동장을 메웠던 응원단도 그냥 조용해졌다.

 
성대와 관서학원대의 기사 중앙일보 6월 20일

사족:
경기 후에 KG의 다께다 감독은 하도 답답했는지 구경하던 우리 각대학 선수들에게 다운자세와 불록의 기본 그리고 패스타임 등에 대해 즉석 클리닉을 하여주었다. 
옆에서 영어 통역을 해주던 나는 무작정 대시를 하였다. “나는 서울대 코치인데 내일 하루 서울대와 한 게임 더 하자”. 점잖은 다께다 감독과 후루가와 단장은 미안하다고하면서 다께다 감독은 내일 출발하고, KG선수들은 하루 서울을 관광하고 경주관광을 떠난다고 하였다. 
나는 다짜고짜로 그러면 “수원도 관광할 곳이 많으니 수원으로 와서 딸기 파티를 하자”고 하였는데 즉석에서 “후루가와” 단장은 “그러자”하고 답을 주었다. 참 고마운 분이다. 

졸지에 60여명의 관서학원대팀과 후루가와 단장이 수원으로 이동을 했다.
운동장에서는 엄청 크게 보였는데 직접 마주치니 우리보다 작았다
그리고 그날 밤은 당시 수원의 명물인 딸기와 과자 그리고 소주로 즐거운 파티를 하였다. 하기야 그들은 술은 입에도 대지를 않았다. 담배도 안피웠다.

그리고... 다음날 시합대신에 코치 6명을 내려놓고 우리보고 배우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관광을 떠났다. 사실은 이것이 정답이었다. 우리에게 최대의 예우를 해준 것이다. 이 후부터 후루가와 선생은 나와 약 45년간을 교우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포지션로 나누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간 몰랐던 것, 의문이 났던 것, 그리고 그들이 고대와 성대와 시합하면서 문제로 보였던 것을 시원하게 가르켜주었고 열심히 눈을 똘방 똘방 떠가면서 배웠다.
그날 배웠던 것 중요한 것 전술 보다는 기본 훈련 드릴을 배웠다. 생각나는 것 몇 가지를 들어 보면 (1)다운자세, (2)머리 숙이고 택클말 것/택클연습 법, (3) 4-4 디팬스와 LB 브릿츠, (4) 암 불록 리드불록 등등 기타 연습드릴...

하루를 배운 우리는 마치 산신령에게 비밀병기를 얻어낸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코치들이라도 같 졸업한, 또는 5년생들이라 몸은 작아보여도 불록은 강력했고, 택클은 무서웠다. 이것만 배우면 가을 시즌은 우리가 휩쓸 것 같은 기분이었고, 사실 가을 시즌은 그렇게 되었다. 1973년 서울대는 가을 4경기 종합 점수가 138:6 이었다.

참고자료:
중앙일보 1973년 6월 20일
동아일보 1973년 6월 19일
족보 31:고려대 31년사
곽병재: 고려대 OB 71학번
김덕수: 고려대 OB 73학번

편집: 2018년 11월 30일 경북대학교 미식축구부 감독 박경규